아듀 2025, 감사함으로 남긴 찰나의 기록들/Adieu 2025, Moments Left Behind with Gratitude
아듀 2025, 감사함으로 남긴 찰나의 기록들
-뷰파인더 너머로 마주한 찰나의 기록
한 해의 끝자락에서 손에 쥐어진 카메라를 내려다본다. 검은 본체와 묵직한 렌즈는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지난 일 년간 세상과 나를 연결해 준 유일한 통로였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손끝에 전해지던 미세한 진동은 삶의 현장을 기록하겠다는 의지였고,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는 양분이었다. 정교한 다이얼을 돌려 초점을 맞추듯, 나 또한 올 한 해 수많은 관계와 일상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빛을 받아들이고 찰나를 고정하는 저 도구처럼, 나 역시 삶의 매 순간에 정직하고 겸손하게 응답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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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이미지 |
Adieu 2025, Moments Left Behind with Gratitude
- Moments Encountered Beyond the Viewfinder
At the year’s end, I look down at the camera resting in my hands. Its black body and heavy lens are not merely mechanical devices, but the only passage that connected me to the world throughout the past year. Each time I pressed the shutter, the subtle vibration at my fingertips carried my resolve to record life’s scenes, and the light entering through the lens became nourishment that filled the empty spaces of my heart. Just as I turned the precise dial to bring focus, I too strove tirelessly to find my own center amid countless relationships and everyday moments this year. Machines do not lie. Like that tool which faithfully receives light and fixes a fleeting instant, I find myself reflecting on whether I too have responded to every moment of life with honesty and hum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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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새의-겨울 |
-하늘의 전령이 전하는 겨울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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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빛-서해 |
-수평선에 녹아든 오렌지빛 작별
바다로 향한다. 해가 지기 직전의 바다는 세상의 모든 색을 빨아들여 가장 뜨거운 오렌지빛으로 타오른다. 갯벌 위에 길게 드리워진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며, 혼자보다는 함께였기에 이 겨울이 덜 시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몸을 낮출 때, 그 빛은 바다 위에 황금빛 길을 내어준다. 그 길을 따라 올 한 해의 슬픔과 후회를 실어 보낸다. 거대한 태양이 도시의 실루엣 위로 떨어지며 붉은 여운을 남기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장엄한 교향곡이 끝나는 순간 같다. 붉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철새의 무리는 내일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타오르는 태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뒤로 물러나 더 밝은 아침을 준비하는 휴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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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의-일몰 |
-붉은 함성 속에 담긴 약속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해의 잔상은 마치 심장의 고동처럼 강렬하다. 대기를 뜨겁게 달구는 저 붉은 기운은 비록 한 해가 저물어가더라도 우리 안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바다에 서서 지는 해를 배웅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본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저 빛을 담으려 애쓰는 마음들이 모여 따뜻한 공동체를 이룬다. 떨어지는 해가 갯벌의 물웅덩이에 반사되어 수만 개의 보석처럼 빛날 때, 비로소 알게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도 빛은 존재하며, 그 빛을 발견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찬란했던 일몰의 기억을 가슴에 새기며, 이제는 뜨거웠던 열기를 차분한 성찰로 바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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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한의-풍경 |
-혹한의 끝에서 움트는 생명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록적인 한파가 대지를 꽁꽁 얼려버렸다. 나뭇가지 끝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은 채 땅에 닿기도 전에 고드름이 되어 멈췄고, 흐르던 물줄기는 거대한 얼음 기둥이 되어 시간을 박제했다. 살을 에듯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지만, 이 혹독한 추위야말로 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얼음 아래로 미세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겉으로는 완벽하게 멈춘 듯 보여도 생명은 그 깊은 곳에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요동치고 있다. 이 매서운 겨울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2025년 한 해 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인연과 경험들에 감사를 전한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다시 피어날 내일의 싹을 기다리며, 겸손한 마음으로 이 계절의 끝을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