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 모두의 행복을 기원드리며/Love that descended to the lowly place and the mystery of the manger
메리 크리스마스 & 모두의 행복을 기원드리며
- 낮은 곳으로 임하신 사랑과 구유의 신비
약 이천 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의 차가운 마구간에서 인류의 구원자인 아기 예수가 탄생했다.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야 할 존재가 가장 낮은 곳의 구유에 누웠던 그 밤은 인류 역사에 있어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시작이었다.
요셉과 마리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짚더미 위에 몸을 뉘었던 아기는 화려한 왕관 대신 겸손과 평화를 선택했다. 그 당시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던 것은 낡은 나무 기둥과 가축들의 온기가 전부였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작은 빛은 긴 세월을 지나 오늘날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희망의 근거가 되었다.
성탄은 단순히 특정 종교의 기념일을 넘어 인간이 서로를 보듬고 사랑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워주는 시간이다. 당시의 마구간을 재현한 구유 앞에 서면 그 소박하고도 위대한 탄생이 주는 울림이 마음 깊은 곳까지 전달된다.
낮은 곳으로 내려온 그 마음은 세상의 소외된 이들을 먼저 살피라는 무언의 가르침과도 같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면 구유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된 커다란 사랑의 신비를 다시금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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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유간-아기예수-탄생 |
Love that descended to the lowly place and the mystery of the manger
About two thousand years ago, in the cold stable of Bethlehem in the land of Judea, the Savior of humanity was born. The One who should have been placed in the highest of places lay instead in the lowest—within a manger. That night became the great beginning of what we call love in human history.
As Joseph and Mary watched over Him, the infant resting upon a bed of straw chose humility and peace instead of a dazzling crown. The only shelter from the bitter wind was the worn wooden beams and the warmth of the animals, yet from that place began a small light that, across the ages, has become the foundation of hope shining into every corner of our lives today.
Christmas is more than a commemoration of a particular religion; it is a time that awakens us to the essential value that humanity must embrace one another in love. Standing before a manger that recreates that stable, the resonance of that humble yet magnificent birth reaches deep into our hearts.
The heart that descended to the lowly place is a silent teaching to first care for those who are marginalized in the world. Each year at this time, as we gaze upon the manger, we reflect on our own lives and once again engrave upon our hearts the mystery of the great love that began from the smallest of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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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마리아상 |
- 성모 마리아의 순종과 고요한 축복의 밤
성당의 한쪽 바위틈에 고요히 자리 잡은 성모 마리아 상 앞에는 은은한 조명이 내려앉아 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빛을 머금고 성모를 감싸 안은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정화해준다.
천사의 고지를 겸허히 받아들였던 마리아의 순종이 있었기에 성탄의 신비가 완성될 수 있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며 각자의 소망을 기도로 올린다. 화려한 수식어나 거창한 말 대신 침묵 속에서 오가는 기도는 그 자체로 거룩한 풍경이 된다. 성모의 발치에서 피어오르는 빛은 차가운 겨울밤을 녹이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 지친 영혼들을 안아준다. 이 고요한 축복의 공간은 분주한 도심 속에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내면의 평화를 상징한다. 마리아의 기도를 따라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자애로운 빛이 온 누리에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이 밤의 축복은 소리 없이 내려앉아 상처 입은 마음들을 치유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거룩한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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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미사 |
- 명동성당의 인파와 간절한 기도의 행렬
성탄 전야의 명동은 주님의 축복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인파의 바다였다.
명동성당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길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성당 앞마당을 가득 메운 군중의 얼굴에는 설렘과 경건함이 교차했다. 미사를 드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그 줄은 마치 성탄의 기쁨을 잇는 하나의 긴 사슬처럼 느껴졌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부터 지팡이에 의지한 노인까지 저마다 가슴속에 간절한 기도 제목 하나씩을 품고 이곳을 찾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각박해졌다고 해도, 성탄의 밤에 모인 이 수많은 발길은 결국 우리 모두가 빛과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벽돌 건물을 비추는 노란 조명 아래 모인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의 빛이 되어 명동의 밤을 밝힌다. 주님이 축복하는 이 특별한 날에 모인 군중은 각자의 배경을 떠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평화를 기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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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절-야경 |
- 화려한 빛의 제전과 세상을 물들인 성탄의 밤
성당의 경건함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서면 세상은 전혀 다른 종류의 빛으로 가득 찬 제전을 벌이고 있다. 도심의 대형 백화점 외벽은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를 펼쳐낸다. 붉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황금빛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보석처럼 빛난다.
성당의 구유가 보여준 낮은 곳의 빛이 본질적인 사랑이라면, 도심의 화려한 불빛은 그 사랑이 세상으로 퍼져나가 만들어낸 기쁨의 산물이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나누며 찬란한 빛 아래서 행복한 순간을 기록한다.
도심의 밤을 밝히는 이 빛의 축제는 어디를 가나 성탄의 기쁨이 충만함을 상징한다. 가장 낮은 곳의 구유에서 시작된 빛이 이제는 가장 높은 빌딩 숲을 장식하며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이 모여 밤을 지우고 새로운 희망을 그려내는 이 시간은 우리에게 내일을 살아갈 힘을 준다.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 명동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으며, 그 빛은 이제 우리 각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씨가 될 것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저녁에 내린 화려한 불빛을 보며 모두가 작은 소원을 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