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서울, 겨울 강변의 즐거운 하모니/K-Seoul, Joyful Harmony of the Winter Riverside
K-서울, 겨울 강변의 즐거운 하모니
무채색의 계울 서울은 을씨년스럽다.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요즘의 한강은 그저 마른 바람과 단단하게 얼어붙은 공기만이 가득하다. 앙상하게 마른 숲공원 가지 사이로 강바람이 날을 세우며 지나가지만, 서울 사람들은 그 혹한을 뚫고 기어이 강변으로 나선다. 120세 건강을 꿈꾸며 몸 전체를 칭칭 감싼 채 헛둘헛둘 발을 내딛는 일반체육인들의 행렬은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누군가는 너무 추워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가버렸고, 강변 도로 위의 차들은 서로 거리두기를 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매연을 뿜으며 달린다. 이 건조하고 시린 길목 어디쯤에 우리네 삶의 온기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바로 이 겨울 서울 이야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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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변 이미지)
K-Seoul, Joyful Harmony of the Winter Riverside
Monochromatic winter Seoul feels desolate. These days, when snow rarely falls, the Han River is filled only with dry winds and air frozen solid. The river breeze cuts sharply through the bare branches of the forest parks, yet the people of Seoul still push themselves out to the riverside, braving the bitter cold. Dreaming of living to 120 years in good health, ordinary fitness enthusiasts wrap themselves tightly from head to toe and march forward with rhythmic steps, a unique scene that can only be witnessed in this season.
Someone, overwhelmed by the cold, abandons their bicycle and leaves, while cars on the riverside road spew exhaust at regular intervals, as if keeping their distance from one another. In this dry and frigid passage, searching for where the warmth of our lives might be hidden becomes the very beginning of Seoul’s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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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자전거도로 |
한강의 강바람과 고독한 라이더들
강가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의 화려한 불빛 너머로 냉기가 흐른다. 이 냉한 물가에 낚싯대를 감춘 강태공의 후손들은 새로운 운동으로 동참을 한다. 낚시는 천국의 게임이라 믿으며 물속 생선에게 일방적인 온기를 전하는 그들의 생활은 고독하다 못해 경건한 겨울 나기를 한다.
건너 자전거 도로에서는 신바람 난 타이어를 들고 달리는 듯한 고급 자전거들이 혹한의 강바람을 짜개며 남쪽으로 내달린다. 찬 바람 속에서도 룰루랄라 굴러가는 타이어의 뱅글쇼는 멈추지 않는다. 춥고 저린 것은 사람이나 기계나 마찬가지일 텐데, 서울의 겨울은 이토록 격렬한 움직임으로 추위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마른 들목길을 가로지르는 라이더들의 거친 숨소리가 얼어붙은 강물을 조금씩 녹여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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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이동 |
하늘길을 짜개는 철새들의 하모니
강변의 소란을 뒤로하고 고개를 들면 드디어 그들이 나타난다. 서산에 달빛이 물들고 차가운 강바람이 울고 가는 그 저무는 하늘가에 철새들이 줄을 맞춰 날아간다. 어느 취한 시인이 시집 시대에 올렸다가 떨어졌다는 그 전설적인 시구처럼, 새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열을 유지한다.
선두 그룹은 서로 자리를 교대하며 공기 저항을 나눠 가진다. 마치 보이지 않는 구령에 맞춰 군가를 쪼개 부르는 듯한 그들의 비행은 경이롭다. 법무부 앞의 복잡한 데시벨이나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새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날갯짓과 물갈퀴에 의지해 파주 끝물까지 북쪽 숲의 군락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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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카페 |
건물과 카페를 만든 겨울 예술
테스 어르신인지 공자 어르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말했듯, 진짜 예술은 폼내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다. 얼음물 속에서도 장갑을 벗고 노는 새들처럼, 혹은 턱털에 맺힌 고드름을 하나둘 칼같이 털어내며 비행을 멈추지 않는 저 철새들처럼 말이다.
많은 사진에 담긴 철새들의 이동은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응전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듯한 무거운 대열이 온기와 냉기를 섞어 털어내며 저무는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겨울에 밀려 봄은 아직 까마득하지만, 철새들은 오기로 날아들고 서울의 강변은 그들의 날갯짓으로 인해 비로소 완성된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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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이동-풍경 |
혹한의 끝에서 만나는 원더풀한 순간
영동교를 헤매도는 이 마음을 저 철새들이 알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하모니는 서울의 을씨년스러운 겨울을 축제로 바꾼다. 복사꽃 사라진 계절길을 따라 한강을 다 둘러 울고 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저무는 노을을 서럽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춥고 저려도 원더풀이라 외치며 자리를 잡고 노래하는 새들의 구령에 맞춰 우리도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맨다.
보람찬 하루 일을 내일로 미루고 추운 날 먼저 저리게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겨울을 살아가는 진정한 기술이다. 마른 숲과 차가운 강물,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많은 철새들의 날갯짓이 교차하는 서울의 강변은 오늘도 그렇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작은 공간의 강변에 수많은 사람과 사연과 추억과 겨울이 같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