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겨울 여행 이야기/A Winter Journey Through K-POP
- K-POP의 겨울 여행 이야기
K-POP의 세계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컴백, 월드투어, 챌린지... 늘 역동적이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치열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내게는 그 쉼표가 바로 '겨울 여행'이었다. 올겨울, 나는 한국의 가장 대조적인 세 공간, 즉 서울의 심장 강남, 고요한 자연의 가평, 그리고 쉼터의 상징인 양수리 물가를을 여행하며 K-POP과는 또 다른 한국의 겨울 감성을 담아냈다. 이 세 곳의 이야기는 멈춤과 시작,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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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여행 |
A Winter Journey Through K-POP
The world of K-POP never stops. Comebacks, world tours, challenges… it's always dynamic and filled with fiery energy. Yet even in the midst of that intensity, there are moments when you want to pause and find your own rhythm. For me, that pause was a "winter journey." This winter, I traveled through three contrasting places in Korea—Gangnam, the heart of Seoul; Gapyeong, a haven of serene nature; and the riverside of Yangsu-ri, a symbol of rest. Through these destinations, I captured a different kind of Korean winter sentiment, one that stands apart from the glitz of K-POP. These three stories reveal the beauty behind the pause, the beginning, and the hidden essence beyond the dazzling 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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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내리는-도시 |
- 스노우-시티, 강남의 숨겨진 열정
눈이 내린 강남은 내가 알던 그곳이 아니었다. 평소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은 하얀 눈 속에 묻혀버린 듯, 거리는 낯설 만큼 고요했다. 명품 거리의 화려한 간판들도 눈에 덮여 잠시 휴식 중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도 강남 특유의 에너지는 죽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마치 K-POP 아이돌의 연습생 시절처럼, 겉은 차분하지만 속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뜨거운 열정 같은 것이랄까.
차들은 거북이걸음으로 도로를 기어갔고, 사람들은 저마다 발자국을 남기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 느린 움직임 속에서 나는 비로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깃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작은 새들의 무리가 보였다. 매서운 눈발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짠하면서도 귀여웠다. 저 작은 생명들도 이 도시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위로를 주었다. 눈이 잠시 덮은 도시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강남의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를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화려한 무대 뒤의 땀방울처럼, 강남의 눈 덮인 풍경은 아름답지만 치열한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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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카페 |
- 가평, 얼음과 철길이 빚은 고요
강남의 도시적인 설경을 뒤로하고,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인 가평으로 향했다. 가평의 겨울은 고요함 속의 웅장함 그 자체였다. K-POP이 폭발적인 퍼포먼스라면, 가평은 잔잔함을 준비한 여행지인 곳이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얼음이 언 강가였다. 바위와 얼음이 뒤섞인 계곡물은 투명한 물줄기를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얼음 조각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한참 동안 차가운 물소리를 들으며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워냈다. 자연의 소리만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산과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있는 가평의 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철길을 바라봤다. 굽이굽이 뻗은 철길은 이곳의 시간이 도시보다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맑고 깨끗한 하늘은 마치 잘 닦인 무대 조명 같았고, 눈이 남긴 흔적들은 지나간 추억의 흔적 같았다. 가평의 겨울은 눈부시게 선명한 푸른 하늘 아래서, 인간의 소음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물했다. 이는 화려함 없이도 깊은 감동을 주는 K-컬처의 또 다른 힘, 즉 서정성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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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설경 |
-두물머리 물가, 위로와 비상
여행의 또 다른 쉼터의 도착지는 양수리 물가였다. 눈 덮인 언덕 위에 서 있는 물가 건물은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따뜻한 안식을 제공하는 듯했다.
눈이 덮인 주변 들판과 특유의 강변 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온 마을인 듯한 착각을 주었다.
물가 풍경은 특히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들은 조용하고 얌전히 서서 우리를 반기기도 하는 곳이다.
그 모습은 도시를 향해 따뜻한 위로와 휴식을 알려주는 듯했고, 나 역시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까지 시원함을 느꼈다.
그때, 강렬한 태양빛을 향해 날아가는 세 마리의 새 실루엣을 발견했다. 빛을 가르며 힘차게 비상하는 새들의 모습은 겨울이라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듯했다.
이렇게 풍경 속에 철새들도 날아가고, 가는 곳마다 마주하는 풍경은 도시와 다른 즐거운 시간의 만남이기도 하다.
고요한 물가에서 받은 안정감과 철새들의 자연스러운 날갯짓처럼, 나 역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정적으로 시작할 준비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가게 되었다. 겨울이 시작되고 더 강한 겨울이 와도 좋은 나들이와 여행지로 도시와 멀지 않는 곳에서 12월의 이야기를 정리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메리 크리스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