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길목에서 마주친 찰나의 예술/At the Threshold of Seasons: A Moment of Art

계절의 길목에서 마주친 찰나의 예술.

겨울의 끝자락, 창밖에서 발견한 정적인 생명력에 대하여

-침묵하는 대지의 미세한 관찰기 

오늘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공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밀도를 지니고 있었다.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며 무채색으로 굳어버린 줄 알았던 세상의 풍경이 미세한 빛의 굴절을 따라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창틀 너머로 보이는 마당의 정경은 여전히 황량한 기운이 지배하고 있었으나, 그 적막함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숨을 죽인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금속성을 띤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계절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몸을 뒤척이는 소리를 듣는다. 대지는 아직 얼어붙어 굳건한 침묵을 고수하고 있지만, 하늘의 채도는 아주 조금씩 투명해지며 봄의 전령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짧은 명상의 시간 동안 나는 계절의 경계라는 것이 단순히 달력의 숫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이 먼저 깨어나 인지하는 우주적 질서임을 깨닫는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풍경 속에서 낯선 기운을 포착해내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다가온다.


세상의-풍경

At the Threshold of Seasons: A Moment of Art.

On the Edge of Winter, About the Static Vitality Found Beyond the Window

—A Subtle Observation of the Silent Earth

This morning, when I opened the window, the air I encountered carried a density quite unlike before. Having passed through the heart of winter, I thought the world’s scenery had frozen into monochrome rigidity, yet it began to tremble along the refraction of faint light. The view of the yard beyond the window frame was still governed by a barren atmosphere, but within that silence lay an indescribable vitality, holding its breath and waiting for its time. Each time the cold, metallic wind brushed against my cheek, I heard the sound of the season shifting its body to change its attire. The earth still clings to its frozen silence, yet the sky’s hues are gradually becoming more transparent, hastening to welcome the herald of spring.

In this brief moment of meditation, I realize that the boundary of seasons is not merely the changing of numbers on a calendar, but rather a cosmic order first awakened and perceived by human senses. To detect a strange energy within a landscape that seems no different from yesterday is, in itself, already an artistic experience



무채색의-나무

-허공을 가르는 검은 펜화, 

겨울 나무의 초상 내 시선이 멈춘 곳에는 잎사귀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벌거벗은 겨울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의 실루엣은 화려한 꽃이나 무성한 잎을 자랑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이라는 광활한 캔버스 위에 검은 먹으로 그려 넣은 세밀한 펜화처럼, 나뭇가지는 수천 갈래로 뻗어 나가며 허공을 분할하고 있었다. 그것은 장식과 가식을 모두 걷어낸 뒤에야 비로소 나타나는 생명의 골격이자 진실한 초상이었다. 사유의 깊이만큼이나 나무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대지 위에 철학적인 문장을 써 내려간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수분을 아래로 내리고 자신을 비워낸 나무의 인내는 처절하기보다 오히려 고결해 보였다. 앙상한 가지 끝마다 걸려 있는 겨울의 잔해들은 부끄러운 치부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남은 훈장처럼 빛나고 있었다. 비움으로써 오히려 꽉 찬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역설적인 풍경 앞에서 나는 인간의 삶 또한 무엇을 채우느냐보다 무엇을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무의 몸짓을 통해 전해 듣는다.


꽃잎과-꽃들

-굳게 닫힌 겨울눈 속에 응축된 봄의 전야 

나무 아래로 다가가 가지 끝단을 유심히 살피자 거기에는 경이로운 반전이 숨어 있었다. 이 발견은 차가운 겨울의 심장 박동을 손끝으로 직접 느끼는 것과 같았다. 눈에 잘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은 크기였지만, 가지 마디마디마다 단단하게 맺힌 겨울눈들이 보였다. 그것은 다가올 봄의 폭발적인 생명력을 응축해 놓은 시간의 결정체였다. 이 경이로움은 자연이 단 한 순간도 멈춰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겉으로는 죽은 듯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나무는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지런히 수분을 끌어올리며 보이지 않는 혁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내일을 기약하는 저 작은 눈들 속에는 수천 장의 잎사귀와 수백 송이의 꽃들이 이미 설계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 그리고 가장 어두운 밤에 가장 밝은 새벽을 준비하는 자연의 부지런함 앞에 나의 조급함은 설 자리를 잃는다. 계절의 길목은 정지된 지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의 중간 기착지일 뿐임을 나무는 묵묵히 보여주고 있었다.


창밖의-겨울풍경

-자연이라는 위대한 예술가가 건네는 고요한 격려 

결론에 이르러 나는 다시금 자연이라는 위대한 예술가가 선사한 평화에 온몸을 맡긴다. 마지막 문장들을 고르며 내 안의 소란스러웠던 감정들도 비로소 나무의 침묵을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난관과 뜻하지 않은 오류들은 어쩌면 겨울 나무가 겪어내는 칼바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가 그러했듯 우리 또한 자신을 비워내고 본질에 집중하며 묵묵히 내일을 준비한다면, 마침내 찬란한 초록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창밖의 풍경은 이제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가 되어 가슴속에 남는다. 찰나의 순간에 포착한 이 예술적 교감은 메마른 일상을 적시는 단비와 같아서,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자연이 허락한 이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끝내며, 나는 이제 내 안의 겨울눈이 틔울 꽃의 향기를 미리 그려본다. 계절의 길목에서 마주한 것은 나무가 아니라, 어쩌면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된 나 자신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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