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사전, 아름다운 한글을 등재하다/Oxford Dictionary Embraces the Beauty of Korean Words

 옥스포드 사전, 아름다운 한글을 등재하다


요즘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굳이 번역기를 돌리지 않아도 통하는 단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김치'나 '태권도' 정도였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생활 양식 자체가 그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최근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이 발표한 2026년 신규 등재 단어 리스트를 보면 이런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2024년에 달고나와 막내가 등재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 문화 관련 단어 8개가 공식 항목으로 인정받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매일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내가 체감하는 '서울병'의 실체가 언어라는 기록으로 박제된 셈이다.

Oxford Dictionary Embraces the Beauty of Korean Words

These days, when chatting with foreign friends, I find more and more Korean words that don’t need translation to be understood. In the past, it was just terms like kimchi or taekwondo, but now the very lifestyle of Koreans flows naturally from their mouths. This shift is even more evident in the 2026 list of newly added words announced by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 (OED). Following the inclusion of dalgona and maknae in 2024, eight more Korean culture-related words have been officially recognized for the second consecutive year. As someone who walks around central Seoul with a camera every day, it feels surreal to see the essence of “Seoulbyeong” (Seoul Syndrome) immortalized in the form of language.



올해도 세계를 매료시킨 한국의 삶인 단어들



해녀


첫 번째는 해녀다. 

이번 등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의 일본식 표현을 밀어내고 한국식 발음 'Haenyeo'가 독자적인 항목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제주 바다의 거친 파도를 견디며 공동체를 지켜온 이 강인한 여성들의 서사는 드라마 '폭싹 속앗수다' 같은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 뒤에 숨겨진 한국인의 근성과 끈기가 '해녀'라는 단어 하나에 응축되어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다.


찜질방


두 번째는 찜질방이다. 

서울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면서도 열광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단순히 씻는 곳을 넘어 양머리를 하고 맥반석 달걀을 까먹으며 온종일 머무는 복합 문화 공간인 찜질방이 이제는 영어권에서도 자연스러운 표현이 됐다. K-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고민을 나누던 그 장소가 이제는 세계인의 휴식처로 명명된 것이다. 실제로 동네 찜질방에서 외국인들이 어색하게 양머리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단어가 사전 속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문화임을 실감한다.


빙수


세 번째는 빙수다. 

서구권의 'Shaved Ice'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곱게 갈린 우유 얼음 위에 산처럼 쌓인 토핑, 그리고 한국식 디저트 특유의 화려함과 정교함은 'Bingsu'라는 고유 명사를 얻어낼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명동이나 강남의 디저트 카페마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모습은 빙수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아줌마


네 번째는 아줌마와 선배다. 

호칭이 등재되었다는 것은 그 관계의 깊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아줌마'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에너지 그 자체다. 시장에서 덤을 얹어주는 정겨움과 거리 어디서든 길을 알려주는 친절함, 그 특유의 생명력이 담긴 단어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여기에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만의 질서가 담긴 '선배'와 '형', '막내' 같은 단어들도 연이어 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K-팝 그룹 내부의 유대감을 이해하려는 팬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라면


다섯 번째는 라면과 코리안 바비큐다. 

인스턴트 식품을 넘어선 '라면'은 이제 일본의 라멘과 구분되는 한국만의 매콤하고 중독적인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여기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쌈을 싸 먹는 식사 방식인 '코리안 바비큐' 역시 하나의 식사 매너로 정착하며 사전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


1933년에서 2026년까지, 기록으로 보는 한글의 위상

이번 등재가 우연이 아님은 옥스퍼드 사전의 등재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933년 'Korean'이라는 단어가 처음 올라간 이후 한국어 등재는 지극히 더뎠다. 1976년에 김치와 한글이, 1982년에 태권도와 양반이 이름을 올리며 아주 기초적인 정보만을 전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1년 비빔밥을 시작으로 2015년 소주와 웹툰, 2016년 K-팝과 고추장이 등재되며 한국의 콘텐츠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특히 2021년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한류, 대박, 먹방, 오빠, 언니 등 무려 26개의 단어가 쏟아지듯 들어갔다. 그리고 2024년 달고나와 떡볶이를 거쳐 올해 해녀와 오피스텔까지, 이제는 한국인의 생활 밀착형 단어들이 영어의 일부가 되고 있다.


Hallyu (한류, 2021): 전 세계를 휩쓴 한국 문화 현상의 총칭

Daebak (대박, 2021): 감탄과 찬사를 담은 한국식 표현

Mukbang (먹방, 2021): 세계적 미디어 장르가 된 먹는 방송

K-drama (K-드라마, 2021): 전 세계 안방을 점령한 한국적 서사

Oppa (오빠, 2021): 친밀함과 애정을 담은 한국 특유의 호칭

Soju (소주, 2015): 한국인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술

Webtoon (웹툰, 2015): 한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만화의 신조어

PC bang (피시방, 2021): 한국의 디지털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

Kimbap (김밥, 2021): 간편하지만 든든한 한국인의 소울푸드

Fighting (파이팅, 2021): 격려와 응원을 담은 한국식 영어 표현


글을 마치며: 우리가 사는 서울이 곧 세계의 언어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한번 등재된 단어는 삭제되지 않고 역사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오피스텔과 퇴근 후 들르는 치맥 집, 그리고 주말에 즐기는 빙수 한 그릇이 전 세계인의 언어 속에 영원히 박제된 것이다.

외국인들이 앓고 있는 '서울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사전에서 찾아보는 단어들은 단순한 낱말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상에도 스며들기를 바라는 한국만의 따뜻한 정서와 활기찬 에너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이 거대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이제는 세계의 유산이 되고 있다. 오늘 내가 기록한 이 사진과 글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대박'이자 '한류'의 한 조각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된 단어를 볼 수 있는 웹주소들이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OED) 공식 정보-공식 웹사이트 :  

OED의 한국어 등재 역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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